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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역사

3편. 도자기 명칭과 종류 대백과 – 쉽고 재미있는 도자기 이름 이야기 (“한국 도자기의 모든 것” 7부작 시리즈)

by 낯선시선 2025.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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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명칭
혹시 집에 있는 그릇, 찻잔, 꽃병 아래 이름을 자세히 본 적 있으신가요?
“항아리”, “매병”, “편병”, “사발”… 분명 다 알아듣는 단어지만, 막상 누가 “이건 왜 매병일까?” “편병은 왜 평평하지?”라고 물으면 대답이 막히곤 합니다.
저 역시 도자기에 관심을 갖기 전엔 이름에 담긴 과학, 역사, 미학까지 얼마나 깊은 뜻이 숨어 있는지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오늘 이 글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몰랐던 도자기 명칭과 종류의 세계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결코 얕지 않게 안내합니다.
한 번만 끝까지 읽으면 그릇 하나, 꽃병 하나가 달리 보이고, 일상 속 대화 주제에서 ‘아, 나만의 전문성이 생겼다!’는 자부심을 느끼실 거예요.
이름만 알아도 한국 도자기를 보는 시야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독자 한 분 한 분이 한 발 앞선 도자기 감상가가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쓴 글입니다.

1. 도자기 이름의 원리와 문화 — 무엇이 이름을 결정할까

도자기 이름은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항아리’, ‘사발’, ‘병’ 하나에도 재료, 형태, 용도, 문양, 시대 정신이 녹아 있죠. 예컨대 ‘매병’은 목이 길고 몸이 풍만한 병, ‘편병’은 평평한 물병, ‘달항아리’는 흰 둥근 백자 항아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도자기 박람회에서 안내를 맡았을 때, 방문객이 병과 항아리가 뭐가 다르냐고 묻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저도 몰랐지만, 어느 순간 이름만 알아도 형태·용도·유행 시기까지 짐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2. 항아리, 사발, 매병, 편병… 대표 형태별 명칭 이야기

항아리: 저장·발효에 적합한 넉넉한 몸체. 간장, 장아찌, 술 저장용부터 예술적 달항아리까지 다양합니다.
백자 달항아리

사발: 곡식이나 국물 요리에 쓰이는 넓고 안정감 있는 그릇. 각 시대마다 두께, 곡선이 다르고 ‘투박함’이 미학이 되기도.
‘영산인수부’가 새겨진 대접(粉靑沙器印花文靈山仁受府銘大楪, 조선 15세기)

매병(梅甁): 목이 길고, 매화 가지를 꽂기 좋은 병. 고려·조선 시대 대표적인 청자·백자. 아가리가 좁고 어깨는 넓으며 밑이 홀쭉하게 생긴 항아리.
물고기무늬 매병(粉靑沙器象嵌魚文梅甁, 조선 15세기, 보물

편병(扁甁): 납작하고 손잡이가 달린 병. 주로 여행용이나 야외용으로 사용.
백자 상감모란잎문 편병

자라병: 등껍질처럼 둥글고 평평한 몸체와 짧은 목이 특징.
분청사기 박지철채모란문 자라병

그밖에 ‘접시, 종지, 대접, 주전자, 뚜껑(뚜껑항아리), 해주항아리(지역이름)’ 등 다양한 도자기 명칭이 존재합니다.

3. 사라진 이름, 남은 이름 — 시대와 지역의 비밀

조선 후기, 근대에 이르면서 ‘깊은 항아리’, ‘넓은 사발’ 등 실용 명칭이 많아졌지만, 일제강점기·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고유 명칭이 점점 소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분청사기 매병’, ‘청화백자 달항아리’ 같은 복합 명칭이 많지만, 사실 분청사기의 일부 흔한 이름은 오히려 근래에 붙은 것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역별로도 ‘해주항아리’, ‘이천사발’ 등 지명이 붙는 경우가 많아, 흙과 생산지의 ‘뿌리’까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4. 명칭에 담긴 시대정신과 생활상

이름에는 시대정신, 생활상도 숨겨져 있습니다.
고려·조선 초기 항아리는 저장과 장기 보존의 상징, 매병·편병은 귀족·중산계층의 ‘미적 소장품’이기도 했죠.
삼국~고려시대엔 ‘종지(작은 그릇)’, ‘주자(물 붓는 그릇)’, 조선시대엔 ‘대접’, ‘찻잔’ 등 일상의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도자기의 이름만 제대로 알아도 그 시기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5. 현대 도자 작명 트렌드와 내 그릇 작명법

최근 도예가나 브랜드들은 새로운 ‘내 그릇 이름 짓기’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달달항아리”, “구름사발”, “은하병” 등 개성 있고 독창적인 네이밍이 늘고 있어, 취향·일상·소장 의미를 모두 담게 되었죠.
여러분도 집에 있는 그릇이나 컵에 직접 이름을 붙여보세요. ‘이름을 알면 그릇이 더 각별하게 보인다’는 뜻이 절로 새겨집니다.

6. 도자기 컬렉터의 실전 감상+수집 팁

  • 공예품이나 오래된 도자기를 살 때는 이름표, 작가 사인, 제작 방식까지 꼼꼼히 살피세요.
  • 지역명·형태·문양별 특징을 노트에 적어두면 감상·수집의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 모르는 이름이 나오면 박물관/공방/도예작가에게 문의하거나, 공식 웹사이트의 도자기 사전을 참고하세요.
  • 음식 담는 용도, 선물하는 의도 등 그릇의 목적에 따라 ‘나만의 작명법’을 적용해보는 것도 소장가의 특권입니다.
이름만 알아도 도자기의 가치, 매력은 두 배가 됩니다.
다음번 그릇이나 항아리 앞에 설 때 ‘이건 무슨 이름? 왜 이런 명칭을 썼지?’라고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만의 도자기 감상 안목이 단번에 성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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