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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첨단 과학기술 프런티어/오늘의 프런티어

약에 손을 세 개 달았더니, 바이러스끼리 묶이기 시작했다

by H.Sol 202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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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약은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퍼지는 과정을 방해합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 여러 개를 서로 묶어, 다른 세포로 옮겨 가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을까요?

새 연구는 기존 독감약을 한 구조에 세 개씩 연결해 이 가능성을 시험했습니다. 약 성분을 바꾸기보다, 바이러스를 붙잡는 방식을 바꿔 본 것입니다. 왜 이런 시도를 했고, 무엇을 확인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독감약은 어디에서 확산을 막을까요?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 세포 안에 들어가 새 바이러스를 만듭니다. 새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려면, 먼저 감염된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야 합니다.

이때 바이러스 표면의 ‘뉴라미니다아제’라는 효소가 세포 표면과의 연결을 끊는 일을 돕습니다. 자나미비르와 페라미비르는 이 효소의 작용을 막는 기존 독감 치료제입니다. 바이러스가 세포에서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확산을 줄이는 것이지요.

여기서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습니다. 기존 약이 붙는 곳을 이용하면서, 바이러스 자체를 여러 개 묶어 움직임을 제한하면 어떨까 생각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세포에서 나오는 과정뿐 아니라, 다른 세포에 들어가는 과정도 방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약 세 개를 연결하자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연구팀은 항체의 일부를 받침대로 삼아 약 분자를 하나, 둘, 셋씩 연결했습니다. 제목에서 말한 ‘손’은 바이러스에 붙는 약 분자를 뜻합니다. 약 세 개가 달린 구조는 여러 곳을 동시에 붙잡을 수 있습니다.

실험에서는 이 구조가 서로 다른 바이러스 입자를 연결해 묶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각각 흩어져 있던 바이러스가 연결되면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과 세포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모두 방해받았습니다.

기존 약의 성분을 연결해서 썼더니, 효소를 막는 작용에 바이러스를 서로 묶는 작용이 더해진 것입니다. 단순히 약을 많이 넣어서 효과가 커졌다는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어떻게 연결했느냐가 작용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페라미비르를 세 개 연결한 후보는 시험관과 독감에 감염된 쥐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연구에서 비교한 다른 결합체보다 몸속에 더 오래 남았습니다. 약은 투여한 뒤 몸에서 처리되고 배출되면서 양이 줄어듭니다. 필요한 양이 더 오래 유지된다면 한 번 투여한 뒤 효과를 유지하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묶는 방식과 몸속에 머무는 시간, 두 측면에서 개선 가능성을 살펴본 셈입니다. [1]

좋은 쥐 실험 결과는 사람의 치료제로 이어질까요?

이번에 확인한 것은 시험관과 쥐에서의 효과입니다. 사람은 쥐와 몸의 크기뿐 아니라 약을 처리하는 방식과 면역반응도 다르므로, 같은 결과가 사람에게도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쓰려면 우선 해로운 반응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어 어느 정도의 양을 어떤 방법으로 투여해야 효과가 있는지, 우리 면역계가 이 새로운 구조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검증해야 하고요. 보관 중에 약의 구조와 효과가 유지되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보통 여러 해가 걸립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약이 작용할 대상을 발견하는 때부터 승인받기까지 평균 약 14년이 걸린다고 안내합니다. 이는 전체 개발 과정의 평균이지, 이번 후보가 지금부터 14년 뒤에 나온다는 예측은 아닙니다. 기존 성분을 활용했다고 해서 새로운 결합체의 검증을 건너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2, 3]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NIH는 임상시험에 들어간 유망한 치료 후보 중에서도 거의 90%가 실패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수치를 이번 후보의 실패 확률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동물실험의 좋은 결과만으로 사람에게 쓸 치료제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 [4]

따라서 지금의 의미는 ‘독감 정복’보다 후속 연구를 해 볼 만한 치료 방법의 씨앗을 찾았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효과를 내려면 만드는 방법도 일정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효과가 있더라도, 실험실에서 잘 만든 약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공급하는 약들도 같은 품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번 방법은 약 분자를 연결한 구조를 이용합니다. 그러므로 만드는 과정에서 붙는 개수나 위치가 달라지면 바이러스를 붙잡는 방식과 효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제품으로 이어 가려면 원하는 구조를 일정하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생산·검사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는 이번 연구에서 대량생산에 실패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용 후보를 실제 치료제로 발전시키려면 앞으로 확인해야 할 조건입니다. 성분과 함께 연결 구조도 중요해진 만큼, 제조 과정에서도 그 구조가 유지되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지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바이러스를 서로 묶어 확산을 방해할 수 있을까요? 이번 연구는 시험관과 쥐 실험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 줬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 방법이 사람에게도 안전하고 유용한가입니다. 그 답을 찾아가는 후속 연구가 이번 발견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 연구를 어떻게 읽으면 될까요?

평가 항목 기준의 쉬운 뜻 이번 연구의 위치
분야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나요? 바이오·신약 연구: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새로운 약 구조를 시험했습니다.
발전 단계 ① 원리 발견: 아이디어 제안 → ② 실험 증명: 원리 확인 → ③ 연구용 시제품: 후보를 만들어 작동 시험 → ④ 실제 환경 검증 → ⑤ 초기 사용 → ⑥ 널리 사용 ③ 연구용 시제품에 해당하는 전임상 후보입니다. 시험관과 쥐에서 확인했으며, 사람 대상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아닙니다. 이 6단계는 프로젝트의 설명용 분류이며 의약품의 공식 임상 단계와는 다릅니다.
성과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나요? 기존 약을 연결해 바이러스를 서로 묶고, 세포로 들어가고 나오는 두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남은 거리 실제 사용까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사람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 적절한 투여 방법, 면역반응, 일정한 생산 품질과 보관 안정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출처

[1] Nature Communications (2026-10-04), Multivalent antiviral conjugates enhance activity against Influenza via cross-linking viruses
https://doi.org/10.1038/s41467-026-78126-3

[2] NIH NCATS, New Therapeutic Uses — 발견부터 승인까지 평균 약 14년
https://ncats.nih.gov/research/research-activities/ntu

[3] FDA, Step 3: Clinical Research — 사람 대상 시험의 단계와 검증 내용
https://www.fda.gov/patients/drug-development-process/step-3-clinical-research

[4] NIH NCATS, Strategic Plan Goal 1 — 임상시험에 진입한 치료 후보의 높은 실패율
https://beta.nih.gov/ncats/strategic-plan/goal-1-advance-development-and-access-more-treatments-particularly-diseases-unmet-needs

작성: H. Sol · 앨컴 통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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