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도계가 23.4°C를 가리키면, 물의 온도는 정말 정확히 23.4°C일까요?
숫자는 또렷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센서의 분해능, 교정 상태, 물속 위치, 측정하는 동안의 변화까지 생각하면 질문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그 숫자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이번 편에서는 ‘모른다’를 한 덩어리로 보지 않습니다. 측정의 한계, 정보 부족, 모델의 불완전성, 작은 차이의 증폭, 양자적 한계는 서로 겹칠 수 있지만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1. 큰 그림 — 불확실성은 지식의 실패가 아닙니다
앞선 006편에서는 세계가 변하지만 아무렇게나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능한 상태와 변화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약과 법칙을 모두 알면 미래도 완벽하게 알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상태를 무한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고,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하며, 어떤 시스템은 아주 작은 차이를 크게 증폭합니다. 양자세계에는 고전적인 측정오차와 다른 근본적 관계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정보입니다.
2. 먼저 구분할 말 — 오차와 불확실성
오차(error)는 측정값과 기준이 되는 값 사이의 차이입니다. 반면 불확실성(uncertainty)은 현재 가진 정보로 그 값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 오차: 측정값과 기준값의 차이
- 불확실성: 측정 결과에 합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값의 퍼짐
그러므로 불확실성을 적는 것은 “측정을 틀렸다”고 고백하는 일이 아닙니다. 측정 결과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함께 보고하는 일입니다.
3. 불확실성에는 여러 얼굴이 있습니다
- 측정 불확실성 — 센서, 교정, 환경, 반복 측정의 흔들림
- 정보 부족 — 현재 상태를 모든 곳에서 무한히 세밀하게 알 수 없음
- 모델의 불완전성 — 현실을 단순화하면서 빠지는 과정과 매개변수
- 민감한 동역학 — 작은 초기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크게 벌어짐
- 물리적·확률적 한계 —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처럼 고전적 측정오차와 다른 한계
중요한 것은 원인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원인을 구분해야 더 좋은 센서를 쓸지,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지, 모델을 바꿀지, 확률분포로 판단할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4. 최소 수학 — 값 하나가 아니라 값과 범위
측정 결과를 단순하게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x = x₀ ± u
- x₀: 측정값 또는 최선의 추정값
- u: 그 값에 붙는 불확실성의 크기
예를 들어 10.00 mm ± 0.05 mm라면 10.00만 결과가 아닙니다. ±0.05도 결과의 일부입니다. 다만 ±u가 언제나 자동으로 95% 구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불확실성인지 확대불확실성인지, 어떤 분포와 포함인자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크기가 다른 대상을 비교할 때는 상대 불확실성이 유용합니다.
상대 불확실성 = u / |x₀|
1000 mm ± 1 mm는 약 0.1%지만, 2 mm ± 1 mm는 50%입니다. 같은 ±1 mm라도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5. 자연 사례 — 날씨는 왜 여러 미래를 계산할까요?
대기의 운동 법칙이 있다고 해서 미래 날씨가 하나의 정답으로 완벽하게 계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 현재 대기의 상태를 무한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습니다.
- 수치모델에는 근사와 해상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 대기는 비선형적이어서 작은 초기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NOAA의 GEFS 같은 앙상블 예측은 초기조건과 모델을 조금씩 달리한 여러 미래를 함께 계산합니다. 하나를 억지로 확정하기보다 가능한 미래들이 얼마나 모이고 퍼지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법칙이 결정론적이라는 말과 우리가 미래를 무한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6. 특별한 경우 — 양자 불확정성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를 일상적인 측정오차와 같은 말로 쓰면 안 됩니다. 위치 x와 운동량 p의 대표적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Δx · Δp ≥ h / (4π)
위치의 분포를 매우 좁게 만들면 운동량의 분포는 넓어져야 하고, 운동량을 좁히면 위치의 분포가 넓어집니다. 이것은 단순히 “관측 장비가 서툴러서 생기는 오차”로만 설명할 수 없는 양자역학적 관계입니다.
7. 기술 적용 — 공장에서는 왜 숫자 하나만 보면 위험할까요?
부품의 허용치가 10.00 ± 0.10 mm이고 측정값이 10.09 mm라고 해봅시다. 얼핏 합격처럼 보이지만 측정 불확실성이 ±0.05 mm라면 판단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 공차: 제품이 허용되는 설계 범위
- 측정 불확실성: 실제 치수를 얼마나 확실하게 알고 있는가
경계 가까이에서는 합격·불합격의 판단 위험이 커집니다. 좋은 품질관리는 센서 숫자만 읽는 일이 아니라 측정값 + 불확실성 + 판정 규칙을 함께 다루는 일입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행자일 확률 60%”라는 출력이 실제 빈도와 잘 맞게 보정되었는지, 학습 데이터가 현재 환경을 대표하는지, 모델이 처음 보는 상황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확실히 아는지 표현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8. 세계지도에서의 위치
대상 → 속성 → 관계 → 구조 → 성질 → 변화 → 제약 → 불확실성
과학은 모든 것을 확정적으로 말하는 체계가 아닙니다. 무엇을 얼마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표현하는 체계입니다.
“모른다”를 숨기면 판단이 위험해집니다.
“얼마나 모르는지”를 표현하면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세포 안에는 수많은 분자와 구조가 있는데, 우리는 왜 그 전체를 하나의 ‘세포’라는 대상으로 볼까요?
다음: 《세상을 이해하는 지도》 008 — 아래의 구조가 위에서는 왜 하나의 대상이 되는가? — 위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