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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첨단 과학기술 프런티어/오늘의 프런티어

전기를 더 잘 막는 물질이 왜 더 좋은 반도체가 될까?

by H.Sol 2026.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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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 프런티어 지도 · 2026-10-08

높은 띠틈 장벽과 도핑으로 공급된 전자의 이동을 대비한 7 eV급 산화물 반도체 개념 그림

전기차나 데이터센터의 전력장치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그 안의 반도체 스위치는 서로 반대처럼 보이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꺼져 있을 때는 큰 전압을 버티며 전류를 막아야 하고, 켜졌을 때는 전류를 잘 흘려야 합니다.

그런데 높은 전압에 강한 재료를 만들수록 전류까지 흐르기 어려워집니다. 전기를 더 잘 막게 만들었더니, 스위치가 아니라 절연체에 가까워지는 겁니다.

오늘 살펴볼 연구는 이 역설에 답합니다. 연구진은 7전자볼트(eV)가 넘는 매우 큰 에너지 장벽을 유지하면서도 전자를 넣고,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로 그 흐름을 제어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높은 벽을 무너뜨리지 않고 전류가 지나는 문을 만들었을까요?

높은 전압을 막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요?

반도체 안에서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에너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이 장벽을 띠틈(bandgap)이라고 부릅니다.

띠틈이 작으면 전자가 비교적 쉽게 움직입니다. 반대로 띠틈이 크면 전자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 튀어나와 전류가 새는 현상을 줄이고, 더 강한 전기장을 견딜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탄화규소와 질화갈륨처럼 실리콘보다 띠틈이 큰 재료가 전기차 인버터, 고효율 전원장치, 전력망용 소자에서 주목받아 왔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장벽을 계속 높이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벽이 너무 높아지면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좋은 절연체와 좋은 반도체의 갈림길

반도체는 전기를 조금 흘리는 물질이 아닙니다. 필요할 때 전류를 켜고 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재료에 불순물을 의도적으로 넣어 이동 가능한 전자나 빈자리를 만드는 도핑을 사용합니다.

띠틈이 매우 큰 물질에서는 도핑으로 넣은 전자가 원자에 묶이거나, 성장 과정에서 생긴 결함에 붙잡히기 쉽습니다. 높은 전압을 견딜 가능성은 커졌지만, 전류를 제어하지 못해 사실상 절연체처럼 남을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진짜 병목은 가장 큰 띠틈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큰 띠틈을 보존하면서 이동 가능한 전자를 안정적으로 넣고, 금속 접촉과 게이트 전압으로 그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었습니다.

벽을 낮추지 않고 통로를 만드는 방법

연구진은 알루미늄과 갈륨이 섞인 산화물인 α-(AlxGa1−x)2O3를 사파이어 기판 위에 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실리콘을 넣어 전자를 공급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실리콘을 섞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일부 산화된 분자를 재료 표면에 보내 박막을 자라게 하는 서브옥사이드 분자선 에피택시를 사용하고, 여러 완충층을 순서대로 쌓았습니다. 성장 반응과 결함을 더 세밀하게 다루어야 큰 띠틈과 전도성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고 튼튼한 성벽을 허문 것이 아니라, 성벽은 그대로 두고 신분이 확인된 전자만 지나는 문과 스위치를 만든 셈입니다. 다만 이 비유에서 실제 문이 뚫리는 것은 아닙니다. 실리콘 도핑이 이동 가능한 전자를 공급하고, 게이트 전압이 채널의 전자 수를 바꿉니다.

무엇이 실제로 확인됐을까요?

연구진은 띠틈이 7.0 eV를 넘는 실리콘 도핑 박막을 만들었습니다. 6 eV를 넘는 영역에서 이전에 보고된 재료들과 비교했을 때 상온 전도도는 1억 배 이상 높았습니다.

여기서 ‘1억 배’는 모든 기존 반도체보다 1억 배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6 eV를 초과하는 매우 큰 띠틈 영역의 과거 보고와 비교한 전도도 차이입니다. 서로 다른 소자의 전체 성능이나 효율을 한 숫자로 비교한 결과도 아닙니다.

연구진은 이 박막으로 전류를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쇼트키 다이오드와, 게이트 전압으로 전류를 조절하는 AlphaFET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를 제작했습니다. 학회 자료에 나온 소자 채널의 띠틈은 6.71 eV였고, 7.0 eV를 넘는 박막 기록과 같은 숫자로 섞어 읽으면 안 됩니다.

그래도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매우 큰 띠틈을 가진 재료가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 전자를 공급하고 실제 연구용 소자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전에는 6 eV를 훌쩍 넘는 재료가 높은 전압용 후보가 될 수 있어도, 전류를 제대로 흘리고 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 경계를 ‘흥미로운 절연체에 가까운 물질’에서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로 시험할 수 있는 반도체 플랫폼’ 쪽으로 옮겼습니다.

사파이어 기판을 썼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파이어는 대량생산 기반이 있고 비교적 저렴합니다. 다만 기판이 익숙하다는 사실이 곧 소자 전체의 저가 양산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성장 장비, 공정 속도, 균일성, 접촉과 수율까지 함께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 결과는 프로토타입입니다.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가 작동했지만, 실제 전력장치에 쓰려면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 큰 웨이퍼 전체에서 조성과 도핑이 균일한가?
  • 금속과 반도체 사이의 접촉저항을 낮고 일정하게 만들 수 있는가?
  •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 수천 시간 동안 성능을 유지하는가?
  • 작동 중 생긴 열을 충분히 빼낼 수 있는가?
  • 반복 생산의 수율과 비용이 기존 SiC·GaN 소자와 경쟁할 수 있는가?

띠틈 하나가 크다고 전력 손실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소자의 온저항, 항복전압, 스위칭 손실, 열저항과 수명이 함께 측정되어야 합니다.

이 연구가 산업에 던지는 질문

전기차, 데이터센터, 전력망, 항공우주 장치는 더 높은 전력밀도와 더 혹독한 온도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할 스위치를 원합니다. 7 eV급 산화물 반도체가 성숙한다면 같은 전력을 더 작은 면적에서 다루거나, 기존 재료가 힘든 환경에서 손실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성과는 기존 전력반도체의 대체품이 완성됐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새로운 재료영역에 제어 가능한 스위치의 첫 설계 공간을 열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제 중요한 경쟁은 띠틈 기록이 아니라, 이 성질을 웨이퍼 전체에서 재현하고 오래 버티게 만드는 제조와 신뢰성입니다.

이 연구를 어떻게 읽으면 될까요?

평가 항목 쉬운 기준 이번 연구의 위치·뜻
분야 무엇을 해결하려는 기술인가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 전력을 제어할 후보가 되는 초광대역갭 산화물 반도체
성숙도 ① 원리 발견 → ② 실험 증명 → ③ 프로토타입 → ④ 실제 환경 검증 → ⑤ 초기 산업 적용 → ⑥ 확산 ③ 프로토타입.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동작을 보였지만 웨이퍼 공정과 장기 운용은 아직
증거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확인했는가 동료평가 논문과 박막·소자 측정. 한 연구팀의 초기 소자이며 독립 생산 검증은 없음
중요성 기존에 막힌 지점을 얼마나 줄였는가 7 eV 초과 띠틈에서 전도성과 제어를 함께 보여 절연체에 가까웠던 영역을 소자 후보로 이동
다음 시험 실제 적용을 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대면적 균일성, 접촉저항, 고전압·고온 수명, 열관리, 수율, 비용, 회로 수준 비교

전기를 더 잘 막는 물질이 더 좋은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큰 장벽이 높은 전압을 견딜 여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벽만 높여서는 스위치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7 eV급 장벽을 유지한 채 전자를 넣고 움직임을 제어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더 현실적입니다. 이 정교한 통로를 한 개의 연구용 소자가 아니라 웨이퍼 전체에서 똑같이 만들고, 뜨겁고 높은 전압 아래에서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직접 출처

태그: 첨단과학기술프런티어지도, 전력반도체, 초광대역갭, 산화갈륨, 띠틈, 도핑, AlphaFET, 반도체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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