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률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달라진다면, 그걸 법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코펜하겐 해석은 여기에 명확히 답한다. 법칙은 결과 하나를 고정하는 규칙이 아니라, 결과들의 확률 분포를 엄격히 규정하는 질서라고. 이 글은 ‘확률적 법칙’의 의미를 물리·수학·철학 관점에서 해설한다.
📘 목차
- 법칙의 개념 전환: 결정론 → 확률론
- 두 층의 법칙: ψ의 결정론 vs 관측의 확률성
- 환경적 확률과 근본적 확률의 구분
- 이중 슬릿으로 보는 ‘분포의 법칙’
- 수학적 뼈대: 슈뢰딩거 방정식과 |ψ|² 법칙
- 철학적 함의: “법칙=분포의 질서”
- 자주 받는 오해 4가지
- 한 줄 결론
1) 법칙의 개념 전환: 결정론 → 확률론
고전역학에서 법칙은 “같은 원인 → 같은 결과”를 낳는 결정적 규칙이었다. 반면 코펜하겐 해석은 법칙의 정의 자체를 바꾼다. 법칙은 개별 결과를 지정하지 않고, 가능한 결과들이 어떤 비율로 나타날지를 엄격히 규정한다. 즉, 법칙은 “점 예측의 규칙”에서 “분포 예측의 규칙”으로 전환된다.
2) 두 층의 법칙: ψ의 결정론 vs 관측의 확률성
코펜하겐 해석은 “법칙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층의 질서가 있다.
- 층 A: 파동함수(ψ)의 시간 진화 — 완전히 결정론적.
$$ i\hbar \frac{\partial \psi}{\partial t} = \hat{H}\psi $$가 ψ를 100% 결정한다. - 층 B: 관측 결과의 출현 — 근본적으로 확률적.
관측 시 결과들은 $$|\psi|^2$$에 따라 발생한다(본질적 확률).
따라서 “법칙이 흔들린다”가 아니라, 결정론적 진화 위에 확률적 결과 발생이라는 이중 구조가 성립한다.
3) 환경적 확률과 근본적 확률의 구분
| 구분 | 환경적 확률(통계적 불확실성) | 근본적 확률(코펜하겐) |
|---|---|---|
| 원인 | 초기조건·노이즈를 다 모름 | 자연의 규칙 자체가 분포를 규정 |
| 예시 | 동전, 주사위, 날씨 | 전자 위치, 스핀 측정, 방사성 붕괴 |
| 본질 | 결정론이지만 예측 불가 | 개별 결과는 원리적으로 비결정적 |
4) 이중 슬릿으로 보는 ‘분포의 법칙’
전자 한 개의 도착점은 매번 다르다. 하지만 많은 전자를 쏘면 스크린에는 항상 동일한 간섭 무늬 분포가 나타난다. 코펜하겐 해석은 바로 이 분포 자체가 법칙의 대상이라고 본다. 개별 사건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이 따르는 확률 패턴은 불변이다.
5) 수학적 뼈대: 슈뢰딩거 방정식과 |ψ|² 법칙
- 동역학 법칙: $$i\hbar \partial_t \psi = \hat{H}\psi$$ — ψ의 진화는 결정론적.
- 확률 법칙: $$P(\mathbf{r}) = |\psi(\mathbf{r})|^2$$ — 관측 분포는 엄격히 고정.
- 결론: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매 사건의 표본이며, 표본들의 집합은 항상 같은 분포로 수렴한다.
6) 철학적 함의: “법칙=분포의 질서”
코펜하겐 해석은 “법칙=개별 결과를 고정하는 명령”이라는 전통적 정의를 넘어, “법칙=현실이 나타나는 확률 구조를 규정하는 질서”로 재정의한다. 이때 확률은 무지의 대체물이 아니라, 존재가 드러나는 방식 그 자체다. 따라서 “확률에 따르면 법칙이 흔들린다”가 아니라, 확률이 바로 법칙의 언어가 된다.
7) 자주 받는 오해 4가지
- “확률이면 법칙이 아니다” → 아님. 분포를 지배하는 확률 법칙은 매우 엄격하고 재현 가능하다.
- “환경 때문에 확률처럼 보이는 것” → 아님. 코펜하겐은 근본적 확률을 전제한다.
- “ψ가 불안정하니 결과가 흔들린다” → 아님. ψ의 진화는 결정론적이며 안정적이다.
- “확률은 무질서” → 아님. 확률은 질서의 다른 표현(분포의 질서)이다.
8) 한 줄 결론
코펜하겐 해석에서 법칙은 사라지지 않았다. 법칙은 개별 사건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건이 따르는 확률 분포를 지정한다. 그러니까, “법칙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법칙이 확률이라는 언어로 쓰였다”고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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