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왜 어떤 날은 똑똑하고, 어떤 날은 멍청할까
회의가 끝난 직후 복도에서 답이 나온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회의 중에는 아무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한 시간 동안 각자 발언을 했고, 화이트보드엔 화살표와 단어들이 뒤엉켰지만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오는 길에, 복도 한쪽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짧은 말 한마디로 갑자기 방향이 보였다. 회의가 아니라 복도가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나도 그 복도 쪽 대화가 회의보다 결정적이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반대 경험도 있다. 각자는 다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기획을 오래 한 사람, 코드를 빠르게 짜는 사람, 일정을 한 치 오차 없이 관리하는 사람. 그런데 이 셋이 한 방에 모이면 번번이 헛돌았다. 따로 일할 때보다 같이 일할 때 결과물이 더 어정쩡했다. 팀이 모일수록 왜 더 나빠지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개인이 평범한데 팀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드는 순간이 있다. 개인이 각자 유능한데 팀으로선 힘을 못 쓰는 순간도 있다. 이 차이를 개인 역량의 합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조직 심리학 책에서는 ‘팀워크’와 ‘소통’을 말하지만, 팀워크가 어떤 구조여야 하는지는 더 물어야 한다. 그 실마리를 엉뚱하게도 개미집에서 찾을 수 있다.
개미 한 마리는 전체 지도를 보지 못한다
개미에게 주어진 정보는 극도로 국소적이다. 페로몬, 다른 개미와의 접촉, 진동 같은 신호가 전부다. 집단 전체의 상황을 한눈에 보는 개체는 없다. 개미는 가까운 냄새 자국이나 더듬이 접촉 같은 주변 신호에 반응한다.
개미 한 마리에게 최단 경로를 계산하라고 명령하는 지도자는 없다. 개체 하나만 들여다보면 집단의 경로 선택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개체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 전체 수준에서 새로운 행동이 나타난다.
아무도 지휘하지 않는데 최단 경로가 생긴다
개미가 먹이를 발견하면 돌아오는 길에 페로몬을 남긴다. 다른 개미들이 그 냄새를 따라 같은 길을 오가면 페로몬이 더 쌓인다. 더 강한 냄새는 다시 더 많은 개미를 끌어당긴다. 작은 신호가 다음 반응을 낳고, 그 반응이 다시 신호를 키우는 자기강화 피드백이다.
짧은 길은 긴 길보다 왕복에 시간이 덜 걸린다.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개미가 오가므로 짧은 경로에는 페로몬이 빠르게 쌓인다. 긴 경로의 신호는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결국 집단의 움직임은 더 효율적인 길에 모일 수 있다. 어느 개미도 “이 길이 최단이니 모두 여기로 가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이 현상은 개체들의 국소 반응이 상호작용을 거쳐 집단 수준의 결과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개별 구성요소의 능력만 보아서는 전체 패턴을 설명하기 어렵고, 구성요소 사이의 신호와 피드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개별 개미는 온도계가 아닌데, 집단은 감지한다
개미 집단이 둥지를 옮기는 행동에서도 집단 수준의 감각을 볼 수 있다. 개체 하나가 정밀한 온도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개체들의 반응이 모이면 특정 조건에서 집단 전체의 이동이 시작된다. 연구자들은 군집의 크기에 따라 집단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고했다. 개체의 감각 능력과 집단의 반응은 서로 다른 설명 수준이다.
이런 사례에서 새로운 성질은 구성요소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구성요소가 모였는지, 서로 어떤 신호를 주고받는지, 피드백이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가 함께 중요하다.
그래서 창발은 마술이 아니다
부분들의 상호작용으로 전체 수준에서 나타나는 성질이나 패턴을 ‘창발(emergence)’이라고 부른다. 창발은 원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부분의 성질, 관계, 상호작용 규칙, 환경 조건이 함께 작동한다는 뜻이다.
사과 열 개의 질량을 더하는 것은 단순한 합산이다. 하지만 교통 정체나 개미 무리의 경로 선택은 구성요소의 수만 더해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관계로 연결되었는지, 신호와 영향이 어떻게 흘렀는지 알아야 한다. 전체의 성질을 설명할 때는 부분과 관계를 함께 봐야 한다.
뇌와 팀에서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의식이 창발이라는 관점은 신경과학과 철학에서 논의되지만, 확립된 정설처럼 단정할 수는 없다. 뉴런 하나의 작동을 설명하는 것과 뇌 전체의 주관적 경험을 설명하는 것은 서로 다른 수준의 질문이다. 이처럼 창발이라는 말만으로 현상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며, 구성요소와 상호작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팀에서도 개인의 능력만 세기보다 정보가 어디서 어디로 흐르고,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다음 발언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발언 총량뿐 아니라 생각들이 실제로 서로 연결되었는지 관찰하면 팀의 작동 방식을 다르게 볼 수 있다. 이것이 팀 성과를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연결의 구조를 점검할 구체적인 출발점은 된다.
개미집이 천재였던 게 아니라, 연결이 천재였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팀은 왜 어떤 날은 똑똑하고, 어떤 날은 멍청할까?
개미집에서 본 것은 이 질문에 하나의 렌즈를 준다. 개미집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개미 한 마리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개체들 사이의 신호와 피드백이 집단 수준의 패턴을 만든다. 팀에서도 개인의 역량과 함께 연결의 밀도와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창발이라는 말은 설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어떤 부분이 모였는지, 어떤 규칙으로 영향을 주는지, 어느 조건에서 패턴이 나타나는지, 그 패턴을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다음에는 창발이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는지 이어서 살펴본다.
같은 방식으로 쓴 글이 하나 더 있다. 우리 몸은 왜 대칭일까 — 생물이 대칭을 선택한 진화적 이유. 몸의 좌우가 왜 닮았는지를 진화 쪽에서 따라간 글로, ‘부품이 아니라 규칙이 형태를 만든다’는 질문을 다룬다.
참고 자료
- Godfrey, Swartzlander & Gronenberg (2021). “Allometric analysis of brain cell number in Hymenoptera suggests ant brains diverge from general trend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 Dornhaus & Franks (2008). “Individual and Collective Cognition in Ants and Other Insects.” Myrmecological News, vol. 11.
- Garg, Shiragur, Gordon & Charikar (2023). “Distributed algorithms from arboreal ants for the shortest path problem.” PNAS.
- Sumpter (2006). “The principles of collective animal behaviour.”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 PNAS (2022). “The emergence of a collective sensory response threshold in ant colonies.”
- Goss & Deneubourg (1989). “Collective patterns and decision-making.” Ethology Ecology & Evolution.
- Royal Society B (2020). “Ants resort to heuristics when facing relational-learning tasks they cannot sol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