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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물리학

결정론과 계산의 한계|자연은 예측 가능하지만 계산 불가능하다

by H.Sol 202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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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 계산의 한계

자연의 법칙이 모든 변화를 결정한다면, 충분한 데이터와 빠른 컴퓨터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이 글은 결정론(determinism)과 계산 가능성(computability)의 간극을 정리한다. 연속량을 유한 비트로 표현해야 하는 컴퓨터의 한계, 혼돈계의 민감한 초기조건, 양자 불확정성, 그리고 계산이론적 장벽(정지문제·알고리즘 정보이론)까지 단계적으로 설명해 “왜 원리적으로 결정적이어도 실천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 목차

  1. 결정론의 뜻과 라플라스의 악마
  2. 연속량 vs 유한 비트: 표현의 장벽
  3. 혼돈과 민감한 초기조건: 나비효과의 증폭
  4. 양자 불확정성과 측정: 자연 정보의 근본적 한계
  5. 계산 불가능성: 정지문제와 알고리즘적 무작위성
  6. 예측은 왜 한계가 있는가: 실천적 결론
  7. 정리: 결정론·확률·근사예측의 공존 원리

1) 결정론의 뜻과 라플라스의 악마

결정론이란 현재 상태가 주어지면 미래가 유일하게 정해진다는 입장이다. 고전역학은 위치·속도·힘의 법칙이 완전하다면 미래 궤적을 단일하게 결정한다고 본다. 라플라스는 “우주 전체의 현재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지성이 있다면 과거와 미래를 모두 계산할 수 있다”고 상상했다. 이 이상적 존재가 유명한 라플라스의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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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속량 vs 유한 비트: 표현의 장벽

현실의 컴퓨터는 모든 값을 유한한 비트열로 근사한다. 그러나 자연의 변수(공간·시간·위상·에너지)는 근본적으로 연속적이다. 연속량을 완벽하게 표현하려면 무한 자릿수(무한 정밀도)가 필요하지만, 어떤 물리적 장치도 무한 비트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 상태를 완전히 안다”는 가정 자체가 계산 장치에게는 불가능하다.

  • 표현오차: 실수값을 유한 비트로 저장할 때 발생하는 라운딩/절단 오차
  • 모형오차: 실제 물리계를 단순화한 모델이 갖는 근본적 불일치
  • 측정오차: 센서 분해능·노이즈로 인한 입력 데이터의 불확실성

결국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입력·표현·계산의 3단계에서 미세한 오차가 스며든다. 이 미세한 불일치는 어떤 시스템에서는 무시되지만, 다른 시스템에서는 치명적으로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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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혼돈과 민감한 초기조건: 나비효과의 증폭

혼돈계(chaotic system)는 결정론적 방정식으로 움직이지만, 초기값에 극도로 민감하다. 초기 오차가 시간과 함께 지수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나비효과라 부른다. 즉, 10−30의 오차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거시적 차이를 만든다.

  • 날씨·해양·대기 순환, 일부 천체 역학 등은 혼돈적 성질을 보인다.
  • 결정론적이어도, 유한 정밀도로는 장기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혼돈은 “법칙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법칙은 있으나, 오차가 폭발적으로 증폭되어 유한 비트 표현으로는 긴 시간축에서 정확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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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자 불확정성과 측정: 자연 정보의 근본적 한계

양자역학에서 위치와 운동량 같은 쌍대 변수는 동시에 임의의 정밀도로 알 수 없다 (불확정성 원리). 또한 측정 행위 자체가 계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모든 변수를 정확히 안다”는 가정은 물리적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

  • 확률 진폭: 상태는 확률 분포(파동함수)로 기술되며, 결과는 본질적으로 확률적이다.
  • 측정 개입: 관측은 계를 교란하므로 ‘완전한 상태 추정’은 불가능하다.

즉, 자연 자체가 제공하는 정보는 근본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그 제한은 예측 정밀도의 절대적 한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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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산 불가능성: 정지문제와 알고리즘적 무작위성

계산이론은 또 다른 장벽을 제시한다. 튜링은 임의의 프로그램이 멈출지 여부를 일반적으로 판정하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음을 보였다(정지문제). 또한 알고리즘 정보이론은 어떤 데이터는 그보다 더 짧게 압축 불가능한 알고리즘적 무작위성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 모형 복잡도: 자연계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이 예측보다 결코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복잡도의 하한).
  • 증명 불가능성: 일부 진술은 주어진 공리계에서 증명/반증이 불가능할 수 있다(괴델 불완전성).

이는 “모든 것을 충분히 계산하면 다 알 수 있다”는 직관이 수학적/논리적으로도 한계를 가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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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예측은 왜 한계가 있는가: 실천적 결론

정리하면, 미래 예측의 정확성은 다음 요인들에 의해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1. 표현 한계: 연속량을 유한 비트로 근사 → 미세 오차 불가피
  2. 혼돈 증폭: 초기 오차의 지수적 성장 → 장기 예측 붕괴
  3. 양자 한계: 자연 정보의 근본적 불확정성 → ‘완전한 상태’ 불가
  4. 계산 장벽: 계산 불가능/난해성 → 예측 알고리즘의 본질적 제약

따라서 “변수만 다 알면 완벽 예측 가능”은 현실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정확 예측 대신 우리는 확률적 예측, 신뢰구간, 단기-중기 예측, 앙상블(다중 시나리오) 등으로 위험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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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리: 결정론·확률·근사예측의 공존 원리

자연은 국소적으로 결정론적 법칙을 따르지만,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정보와 연산은 유한하다. 게다가 일부 영역은 근본적으로 확률적이며, 복잡계에서는 미세 오차가 폭발적으로 커진다. 그 결과, 자연은 “결정론적 법칙” 위에서 “확률적 예측”과 “근사적 계산”이 공존하는 구조를 갖는다.

  • 원리: 보존·연속·상호작용(장)
  • 현실: 표현·측정·계산의 제약 + 혼돈
  • 전략: 확률·앙상블·견고성(로버스트)·민감도 분석

결론적으로, “자연은 예측 가능하지만 계산 불가능하다”는 역설은 자연의 풍부함과 정보·계산의 유한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우리가 할 일은 완벽 예측을 꿈꾸기보다, 불확실성을 정량화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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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자연 법칙은 결정적일 수 있으나, 연속량의 무한 정밀도·혼돈의 증폭·양자 불확정성·계산 불가능성 때문에 유한한 컴퓨터로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최선은 확률적·앙상블 기반의 근사 예측과 위험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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